감상글(책)

<에세이>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톰소여와허크 2016. 1. 22. 11:05


이성복, 『나는 왜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주)문학동네, 2015.

   시인의 산문 모음집이다. 많이 알려진 ‘남해 금산’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서정인의 소설집 『강』에서 「산」이란 작품을 읽고 남해 금산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후 두 번의 산행이 있었다고 한다. 시인의 시에는 소설의 흔적이 분명 남아있을 것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읽은 게 의식 혹은 무의식에 남아서 영향을 끼치는 것이리라. 보고, 듣고, 읽고…… 그러니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인은 문학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와 비유로 전한다. 그 중 시와 삶과 길과 생각을 하나로 묶어 놓은 듯한 문장을 옮겨 본다.

“길에는 정답이 없다. 서로 다른 길이 있을 뿐……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내가 가게 될 길 또한 그러하리라. 하나의 환상에서, 다른 환상으로, 그리고 또 다른 환상으로 나의 길은 이어지는가, 그렇다면 환상 아닌 현실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길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마지막 장은 스승인 김현에 대한 추억과 기림이다. 김현은 마흔의 제자에게 이제부터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는 말을 남기는데 그로부터 25년이 더 지난 지금, 시인은 어떤 생각일까. 아마도 스승의 영향이든 스스로의 약속이든 간에 부지런히 보고, 듣고, 읽고 또 쓰고 있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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