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성, 『경성 트로이카』, 사회평론, 2004.
- 해방 이후 반공주의로 인해 금기시된 사회주의 노동운동은 1930년대 주류 운동이었고, 반일 독립운동과 궤를 같이 했다. 저자는 당시 노동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인 『이재유 연구』(김경복)와 실제 그 그룹에 참여했던 이효정(2004년 작고)을 인터뷰하면서 ‘경성 트로이카’라는 조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해체되어 갔는지 그 과정에 관련 인물들이 어떤 파란만장을 겪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재유는 1936년 일제에 의해 검거되어 1944년 감옥에서 사망한다. 오랜 구속에 풀려난 김삼룡은 실질적인 남로당 총책으로 활약하고, 중국 연안에서 조선의용군에 가담했던 김태준은 조선공산당에 이어 남로당 문화부장으로 해방정국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운은 금세 꺾인다. 미소의 개입과 바뀐 정세에 따라 남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일제가 아닌 조국의 품에서 다시 검거되어 사형이 집행되거나 월북 후 반대자로 몰려서 처형된다. 이현상은 빨치산 대장으로 활약하다가 국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재유와 김태준의 하우스 키퍼 역할을 했던 박진홍이란 여성의 삶도,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이효정의 삶도 드라마틱하고 처연하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이들이 노동운동에서 주장했던, 노동조합 설립 문제, 근로 시간 문제, 최저 임금 문제는 조금씩 현실로 이루어져 왔다. 물론, 근로자와 사용자와 정부의 갈등은 현재형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연대와 운동이 나름의 긍정적 기능이 있음을 역사로부터 배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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