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

톰소여와허크 2017. 1. 18. 11:26



고흐,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원작



마틴 베일리,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 아트북스, 2016.



- 반 고흐는 ‘해바라기 열네 송이’와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를 노란집에 걸어두고 고갱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책은 고흐의 생애와 함께 해바라기 그림을 그릴 때의 상황(1888-89년 사이 일곱 점의 해바라기)과 고흐 사후 이들 그림의 행방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해바라기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이 중에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를 그린 그림 세 점 이야기를 따라가본다.

   첫째,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원작이다.

고갱이 “햇빛이 그의 영혼에 다시 불을 붙였다”(『정물화』(1894년)에서)고 평한 바 있는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원작은 다른 많은 작품과 함께 테오의 부인 요하나가 소유권을 갖는다. 요하나와 친분이 있는 이사크에게 잠시 대여하기도 했지만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1304파운드에 판다. 이 그림은 독일과의 전쟁을 피해서 먼캐스터 성으로 피난갔다가 종전 후 갤러리로 돌아왔으며 현재 갤러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있다.

   둘째,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서명 없는 카피다.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서명 없는 카피는 1894년 탕기의 미망인 르네에게 요하나가 맡겼던 것을 쉬페네케르가 300프랑에 구입한다. 이후, 동생 아메데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멘델스존-바르톨디에게 3만 5000프랑에 판매하다. 그림은 폴 로젠베르그에 팔렸다가 다시, 에디스 비티에게 갔다. 에디스 사후 그림의 소유권이 남편, 아들, 아들의 아내에게 갔다가 경매에 나온다. 낙찰 가격은 25,087,500파운드라는 당시 최고 경매가였으며 낙찰자는 야스다화재해상보험회사였다. 야스다는 광고 효과로 지불한 금액의 몇 배를 남긴다. 이 도쿄 해바라기는 고흐의 일기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위작 시비에도 오르지만 진품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충분하단다. 현재 도고세이지기념손보재팬미술관에 보관 중이다.

   마지막으로,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서명 있는 카피다.

   해바라기 연작 중 유일하게 반 고흐 가족에게 남은 작품이다. 요하나의 아들 빈센트 빌럼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1973년 암스테르담에 반고흐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그곳에 소장된다. 1991년 무장강도에 의해 해바라기를 포함한 20여점의 그림을 도난당했다가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해바라기도 반 고흐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제일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다.

   해바라기를 추적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인내를 가지고 쓸 수 있는 글이고, 그 덕에 독자는 고흐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언제, 실제 그림을 볼 기회가 있기를.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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