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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산 / 이종암

육화산 / 이종암 날이 새거나 어둡거나 상관도 없이고향집 대청마루에서 날마다고개 들고 바라보던 육화산(六花山)불혹도 한참 지나서야 처음 올랐네 산굽이 돌아서고 올라설 때마다저 멀리 발아래 내려다뵈는동창천 강줄기는 푸르게 웃으며내게로 달려오고강 가까이 옹기종기 사람들 모여 사는용전 길명 명대 북지 삿갈 호방마을들 여기저기 꽃처럼 피어나네 산봉우리 여섯 꽃잎처럼 둘러싸여얻은 이름 육화산인가?산에 함께 올라간 어릴 적 친구들종의 영자 용식 전열 명자 태봉이동무들은 모두가 오래 정든 산 같고꽃잎, 꽃잎, 꽃잎들만 같은데 확확대던 숨결 유야무야 싱거워지면우리도 저 육화산 속으로 들어가서, 끝내산의 부분으로 육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내통 위에 꽃은 또 피고 지고 -『꽃과 별과 총』, 시와반시, 2024. 감상 –..

감상글(시) 2024.07.11

<산문> 그 나라의 역사와 말

백승종, 『그 나라의 역사와 말』, 궁리, 2002 -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는 아주 특별한 학교다. 이승훈이 안창호의 영향 아래 1907년 오산학교를 설립한 이래 김소월과 백석이란 천재 시인과 화가 이중섭, 사학자 함석헌 등을 배출한 학교다. 조만식과 유영모가 교장을 역임했고, 이광수, 김억, 염상섭, 임용련 백남순 화가 부부가 교사로 재직했던 곳이니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산실이다. 백승종 저자는 김소월, 백석 등 문인 예술가 대신 오산학교 출신의 이찬갑(1904-1974)이란 인물에 주목하면서 관련 인물인 이승훈, 함석헌, 김교신 등의 활약을 조명한다. 이찬갑은 풀무학교(1958-) 건립자이지만 다소 잊힌 이름일 수도 있겠는데 우연히 그가 남긴 신문스크랩북과 기사 옆에 메모해둔 글을 보게 된 것이 이 책..

감상글(책) 2024.07.03

달팽이 고리 / 신순임

달팽이 고리 / 신순임 소장가치 따질라치면 골동품점 가야겠지만한 시절 엄마 손에 놀아나던 것들이라눈요기로 행복지수 높이기에 이만한 것 없어일부러 들러 보는 안강장달아오른 아스팔트 위 목마름 잊고 모로 누워새 주인 기다리는 민속품 중녹슬고 때 눌어붙은 달팽이 고리돌돌 말은 몸속까지 햇빛 밀어 넣고말라버린 촉수에 기 모아누군가 알아봐 주길 고대하는데여인네들 잠자리 들기 전한옥 문고리에 숟가락 꽂던 때돌쩍 빼지 않는 한 열 수 없는 잠금쇠로쇳대도 필요 없이 요긴했지만디지털 도어락이 집 지키는 세월맘만 먹으면 열 수 있는 쇠붙이아무도 알은척 않으니스스로 달구어 가는 열기 범접할 이 없네 -『탱자가 익어갈 때』, 스타북스, 2023. 감상 – 신순임 시인은 양동마을 회재종택인 무첨당 안주인이다. 시의 양식을 빌려..

감상글(시)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