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산 / 이종암 날이 새거나 어둡거나 상관도 없이고향집 대청마루에서 날마다고개 들고 바라보던 육화산(六花山)불혹도 한참 지나서야 처음 올랐네 산굽이 돌아서고 올라설 때마다저 멀리 발아래 내려다뵈는동창천 강줄기는 푸르게 웃으며내게로 달려오고강 가까이 옹기종기 사람들 모여 사는용전 길명 명대 북지 삿갈 호방마을들 여기저기 꽃처럼 피어나네 산봉우리 여섯 꽃잎처럼 둘러싸여얻은 이름 육화산인가?산에 함께 올라간 어릴 적 친구들종의 영자 용식 전열 명자 태봉이동무들은 모두가 오래 정든 산 같고꽃잎, 꽃잎, 꽃잎들만 같은데 확확대던 숨결 유야무야 싱거워지면우리도 저 육화산 속으로 들어가서, 끝내산의 부분으로 육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내통 위에 꽃은 또 피고 지고 -『꽃과 별과 총』, 시와반시, 2024. 감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