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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 김결

목어 / 김결 벚꽃의 정오,마른 물고기가 비늘을 털고 있다 공림사* 목어를 만났다등지느러미를 닮은 오색 파라솔이 바람에파닥일 때마다 쏟아지는 꽃 비늘야위고 헐벗은 하늘이 휑덩그렁하다 여섯이나 낳아 속이 텅 빈 목어단청의 물기는 주름진 시간으로 말라버리고수심을 알 수 없는 두 줄에 매달린 물고기등 굽은 척추의 허물만 남았다새벽이 올 때까지 편물을 짜던 당신붉은 죽비의 손으로꽃잎 하나에도 길을 열어 준다 벚꽃 잎 떨어져 하얀 혈해를 이룬김해내외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주차 관리하는 늙은 목어만차(滿車)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공림사 여백 속의 흔들림을 닮았다 *공림사: 충청북도 괴산군 낙영산에 있는 절.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달아실, 2024. 감상 – 시인은 벚꽃이 지는 어느 날, 괴산 공림사에 왔..

감상글(시) 2024.08.10

<소설> 암태도

송기숙, 『암태도』, 창비, 1981.  - 소설 배경은 지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맺어진 소작권에 대한 개선 운동이 일어나던 1920년대 초반이다. 조선총독부가 토지 조사 후 소작농이 가졌던 권리(경작권, 도지권)을 빼앗아서 지주에게 귀속시키면서 소작농은 더욱 을의 지위로 떨어졌다. 또 이전에 반반 부담하던 소작료를 지주가 7,8할 이상 받아가는 구조까지 되어가니 농민들도 더는 참을 수 없었겠다. 암태도의 서태석 등 뜻 있는 농민지도자가 등장하고 전국적으로 소작회가 만들어지면서 지주와 지주의 뒤를 봐주는 관에 목소리를 내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도 영향을 주었다. 암태도 소작인들의 요구는 실제 고생스럽게 일한 농민들이 살 수 있게끔 소작료를 4할 이하로 낮추자는 게 주된 요구였다. 문씨 지주는 ..

감상글(책) 2024.08.07

노둣돌 / 방순미

노둣돌 / 방순미  동짓날 지는 해 짧아지듯어머니 다리가 그렇다 허리 굽어 오르기 힘든방문 앞 디딤돌 돌도 세월엔 장사 없어이젠 둘 다 뒤뚱거린다 -『물고기 화석』, 우리시움, 2024. 감상- 하마석(下馬石)의 우리말인 노둣돌은 ‘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에 발돋움하기 위하여 대문 앞에 놓은 큰 돌’을 뜻한다. ‘노둣돌’이란 단어가 익숙해진 건 문병란 시인이 쓰고 김원중 가수가 불렀던 노래의 영향이 커 보인다. 노래에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문병란, 「직녀에게」 중)란 시구가 나온다. 떨어져 있는 이쪽과 저쪽이 만나야 한다는 시 내용을 생각하면 노둣돌 대신 징검돌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가슴에 얹히는 무게를 생각하며 노둣돌을 선택했을 것이다. 노둣돌이 원래의..

감상글(시)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