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어 / 김결 벚꽃의 정오,마른 물고기가 비늘을 털고 있다 공림사* 목어를 만났다등지느러미를 닮은 오색 파라솔이 바람에파닥일 때마다 쏟아지는 꽃 비늘야위고 헐벗은 하늘이 휑덩그렁하다 여섯이나 낳아 속이 텅 빈 목어단청의 물기는 주름진 시간으로 말라버리고수심을 알 수 없는 두 줄에 매달린 물고기등 굽은 척추의 허물만 남았다새벽이 올 때까지 편물을 짜던 당신붉은 죽비의 손으로꽃잎 하나에도 길을 열어 준다 벚꽃 잎 떨어져 하얀 혈해를 이룬김해내외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주차 관리하는 늙은 목어만차(滿車)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공림사 여백 속의 흔들림을 닮았다 *공림사: 충청북도 괴산군 낙영산에 있는 절.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달아실, 2024. 감상 – 시인은 벚꽃이 지는 어느 날, 괴산 공림사에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