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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국인의 고유 신앙: 영등・수목・칠성

김준호(손심심 그림), 『한국인의 고유 신앙: 영등・수목・칠성』, 학이사, 2023. - 저자는 소리꾼 김준호 쌤이다. 방송 출연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재담가이기도 하지만 그 재담의 바탕엔 민속학을 전공하면서 관련 공부를 계속해온 학자의 역량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이번 책은 영등 신앙, 수목 신앙, 칠성 신앙을 깊이 파고든 결실이다. 음력 2월의 비바람을 관장하는 영등할미의 존재는 제주 이어도가 뿌리로 작용하고 있음을 여러 문헌과 설화를 궁구해가면서 얘기한다. 이어도는 여인들이 사는 곳이란 전설도 있고 거꾸로 바닷일 나갔다가 죽은 남편들이 사는 곳이란 전설도 있다. 파랑도라 불리기도 했던 암초 섬을 실제 답사하여 1951년 이어도란 동판 표지를 한 사실도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기초로 ..

감상글(책) 2024.06.20

종달리 수국을 생각하는 밤 / 박숙경

종달리 수국을 생각하는 밤 / 박숙경 카페인에 덜미를 잡힌 잠이 잔금 투성이다낄낄대며 날뛰는 초침들 방안을 휘젓는다엎드렸던 적막이 뒤채다 흩어진다 가랑이 사이의 노묘(老猫)색 바랜 분홍 코를 앞발로 감싸고뒷다리를 한껏 잠 속으로 뻗고 있다나는 누운 채 분침처럼 천천히등을 쓰다듬고 이마에 입을 맞춘다 짚은 손보다 이마가 싸늘하다, 나는 흘러든다 괜히 손가락이 가려운오늘 밤을 어디에 둬야 할까 나를 스쳐간 별의 이름은 무엇일까허기졌던 시간들을 비켜가는 방법으로 네가 왔을까이쯤이면, 꼬리가 꼬리를 무는 꼬리의 시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나름 살아 있음을 알리는 둥근 등과 긍정적인 고요와 자정의 모퉁이를 넘어와 반비례인 쓸쓸함 문득 나에게 다가왔던 말과내게서 멀어져간 것들을 떠올리며비바람 치던 종달리를 생각한..

감상글(시) 2024.06.13

<산문> 미오기전

김미옥, 『미오기傳』, 이유출판, 2024.   재야의 고수로 주목받던 김미옥 작가는 두 권의 책을 약간의 차이를 두고 출간했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쓰다』는 책 이야기를 매개로 한, 세상 읽기가 아닌가 싶고, 『미오기전』은 주요 장면 위주로 그것도 슬픔과 낙담의 기억이 있던 곳을 찾아가되, 그 안에 웃음과 위로의 정서가 스미게끔 정성을 들인 글이다. 『미오기전』 서문 말미에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책이 아프거나 나쁜 기억에 대한 부정만 있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오히려 자신과 주변을 깊이 성찰하는 계기도 되지 않냐고 말한다. 지금의 상처가 더 나은 삶의 밑거름이 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는 삶으로 나아가게..

감상글(책)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