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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후끈밤 낭독회

추선미, 『후끈밤 낭독회』, 싱클레어, 2022. - 인디 가수 ‘경주페터’는 경주 불국사 인근에서 문화 공간인 신촌서당을 운영하고, 책의 저자이기도 한 아내는 그 옆의 골방책방을 운영한다. 이 공간에서 독립출판, 낭독회,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부부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다. 후끈밤 낭독회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낭독하는 모임인데 이때 아내가 낭독했던 내용을 부부가 함께 책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처음 부분은 경주에 내려와서 키우던 두 아이 이야기가 많다. 아이가 바깥 체험을 하고 결과물에 뿌듯해하는 걸 보고 그렇게 “한발씩 너의 것을 찾아가렴. 조금씩 덜 돌아보면서”라며 아이를 응원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인 를 큰아이와 함께 보면서 영..

감상글(책) 2023.03.04

<에세이>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계속 가보겠습니다』, 메디치, 2022. -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대통령 긴급조치위반 등 과거사 재심 사건이 있었다. 박형규 목사는 1974년 민청학련의 배후로 몰려 1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10개월 만에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바 있다. 과거사 재심 사건을 맡은 임은정 검사는 대통령긴급조치 1호, 4호가 헌법에 위반된 무효 법령이란 이유로 검사 논고문에서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청한다. 이전에 무죄가 확실시 되는 사안에 대해선 재판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해달라는 백지 구형이 관례였으나 임 검사는 이를 깨고 무죄 구형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 과거사를 반성하는 내용의 논고문은 상급자나 공안통 검사의 질책을 불러오고 빨갱이 검사라는 이름도 떠돌게 된다. 같은 해 12월, 임 검사..

감상글(책) 2023.03.01

길을 위하여 / 이수

길을 위하여 / 이수 꽃 진 라일락 가지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 공원 내 음악방송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며 머언 거리에서 서성거릴 피멍 든 내 삶의 경골의 구둣소리를 듣는다 세상 속 어떠한 절망도 사람을 끝장 낼 수는 없다고 중얼대며 가는 길 위에서 따가운 오월의 햇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잠시 바라보면, 등성이로 구름을 몰아가는 바람의 귀엣말 같은 돌돌거림 바윗길 옆, 오두마니 앉아 있는 내 표정에서 얼른 슬픔을 읽어 내지 못한 사람들은 셔츠 앞자락을 펄럭이며 저만치 앞서 가 버리고 백련암 오르는 길 옆, 바위틈마다 촘촘히 박힌 날개이끼들을 밟을 새라 조심하며 나는 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길고도 먼 길, 나는 이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와 숨가쁨이야말로 이미 능선을 타고 오르..

감상글(시)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