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 권수진 혁명은 멀고 술은 가까워 익숙한 자리에서 발목을 자주 접질렀다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은 지 엊그제 같은데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은 내 일이 아니었으므로 아직 세상에 도래하지 않았다 여기서 딱 한 잔만 더 마시자며 술을 부추기는 친구 조언을 묵살하는 밤 방황이 이토록 긴 줄 알았다면 남들처럼 적당히 선에서 타협하는 인생을 살아야 했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명멸하는 별빛 속에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를 자주 혼동하곤 했다 삶이란 술 취한 회전목마 같아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아무런 줏대 없이 자꾸 2차를 권하는 무리에 휩쓸려 집은 점점 멀어지고 길은 점차 사라지고 막차 떠난 정거장을 한참 동안 서성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번 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