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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싱글 오리진

송시내, 『싱글 오리진』, 연암서가, 2024. - 오랫동안 연극배우로 살았던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닐지라도 하기 싫은 일을 덜 하고 살았으면 하는 사람, 수영을 배우며 물에 뜨는 것이 어려웠지만 끝내 그 단계를 넘어섰을 사람,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희망란에 ‘작가’를 썼다가 선생의 권고로 다른 것을 적어야 했던 사람. 이 모든 것을 재미나게 풀어내면서 송시내란 사람은 작가가 되었다.   책을 받아 들고 처음 든 생각이 제목에 대한 의문이었던 만큼 그 대목을 먼저 찾아본다. ‘싱글 오리진’은 하나의 원산지에서 생산된 커피이고 반면에 특징이 다른 여러 가지를 섞어 새로운 맛과 향을 내는 커피를 ‘블렌디드’라 한다. 커피숍에서 작가는 싱글 오리진을 선택하고 딸은 블렌디드를 선택하다. 울산이..

감상글(책) 2024.11.23

<소설> 레드빈 케이크

양선규, 『레드빈 케이크』, 도서출판 강, 2024.  -작가의 ‘자전적 소설’ 양식을 취한 ‘소설’이다. 자서전이라 하지 않고 소설이라 한 것은 인과의 요소가 좀 더 긴밀하게 작용하고 우연의 요소가 좀 더 흥미진진하게 섞이도록 허구와 과장이 요소요소 가미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와 실제에 가미된 허구가 눈에 잡히는 경우는 흥미가 반감되는 면이 있는데 『레드빈 케이크』는 그 경계를 의식할 사이도 없어 인물의 성장 스토리에 푹 빠져 읽게 된다. 소설 속 ‘나’는 작가의 분신이다. ‘나’의 가족사는 근대사의 그늘을 드리운 남북 분단의 질곡과 직접 닿아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정을 이뤄 이북의 해주와 평양에서 생활을 하다가 남쪽을 선택해 피난을 감행하고 그때 부모와 첫아들을 두고 내려온..

감상글(책) 2024.11.16

<산문> 물 긷는 소리

장석남, 『물 긷는 소리』, 해토, 2008. - 페북에 김종삼 시인에 대한 글을 끼적이다가 장석남 시인이 자신의 시 「송학동3 –김종삼 부음」에서 김종삼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헌혈을 한 얘기를 적었더니, 울산의 양 쌤이 시인의 「수묵 정원 3- 물 긷는 사람」도 김종삼의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고 답글을 준다. 마침 장석남 시인의 산문집에 『물 긷는 소리』가 있음을 우연찮게 접하고 읽는다. 산문집 내용만 따르면 물 긷는 소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관련이 있다. 섬마을 덕적도 집과 계단으로 마을이 된 인천 송학동의 동향집을 떠올리고 그 시절 새벽이면, “내가 잠자던 방 뒤꼍에 있던 우물에서 숫물 긷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나는 그 성스러운 소리 또한 잊을 수 없다”고 했고 서문에서 부연하기를 그런 물 긷..

감상글(책)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