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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화! 내 사랑

박재동, 『만화! 내 사랑』, 지인, 1994. - 박재동 작가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한겨레 그림판을 맡아서 신문 판매 부수 확장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인기 만화가다. 신문 성향과 보조를 맞춘 진보적 시각을 갖고, 당대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도 웃음을 짓게 하는 발군의 솜씨를 뽐냈다.작가가 쓴 『만화! 내 사랑』은 자신이 만화가가 되기에 이른 과정과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만화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국내 만화의 역사와 주요 특징을 고찰하며 만화에 대한 상식을 한껏 키울 수 있도록 해준다.박재동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온다. 교편을 잡았다가 몸이 편찮아서 그만둔 아버지는 ‘문예당’이란 만화가게를 인수하셨고, 어머니는 그 가게에서 팥빙수와 풀빵을 파셨다. 아버지는 가게 책..

감상글(책) 2024.10.13

<산문> 소란

박연준, 『소란』, 난다, 2020. / 북노마드, 2014.  저자인 박연준 시인은 이십 대 중후반을 지날 때 고흐의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때로 작품 속 시엔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자신의 슬픔 속에 있기도 한다. 때로 정도가 심하면 ‘슬픔이 활활 타오르는 죽은 나무’와도 같았다는데 시인 스스로의 처방은 “슬픔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슬픔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슬픔에 젖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이었다.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독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 반복하는 윤동주의 「팔복(八福)」(1940)을 접하고 시인은 슬픔이 복으로 연결되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고흐의 슬픔>(1882)이나 윤동주의 「팔복」을 받아들이는 시인..

감상글(책) 2024.10.03

<에세이>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오늘 펴고 있는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의 표지 그림은 처음에는 구름인 줄 았았더니 오딜론 르동의 베아트리체>다. 베아트리체를 그린 또 다른 그림도 보인다.  최희정,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구름의시간, 2024. - 저자는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한다. 결혼과 함께 그만둔 일을 재취업 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재취업 성공 사례 수기로 최우수상도 받았다. 글 쓰고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을 간직하고 살던 저자에겐 상당한 의미를 가진 상이었을 것이다. 생중계되었던 시상식 영상을 찾아서 수상의 기쁨을 어머니와 나누며 어머니에게 진 오랜 빚도 청산한다. 어머니에게 진 빚은 키워준 대가로 자발적으로 써준 차용증에 적힌 오천만 원이다. 그 빚은 내내 못 갚고 살다가 30년 더 지나서 본인이 받은..

감상글(책)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