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24

녹슨 그림 / 정일관

녹슨 그림 / 정일관  짐칸, 녹이 잔뜩 슨 바탕 위에그림 그려 넣은 낡은 트럭 한 대쿨럭거리며 지나간다. 돛단배 한 척, 갈매기 세 마리,바다 위의 섬 하나,구름이 떠 있는 안타까운,하늘까지 그려놓았네. 돌멩이로 긁어서 그렸을까,쇠못이나 공구 따위로 그렸을까.짐 부린 뒤에 담배 한 대의 여유로먼 고향 아니면 옛사랑의 거처를새긴 것일까. 밤새 화물을 나르는트럭의 숨소리에생애가 거칠게 녹슬어가도그리움은 갈매기처럼 울고세월은 바람 따라 출렁이는데, 철야의 어둠이 다하여아침 빛 돌아올 때주섬주섬 그려놓은 마음 한 조각도드라져 반짝이고 있네. -『별』, 푸른사상사, 2024. 감상 – 캐나다 어촌마을에 태어난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삶과 예술을 다룬 내 사랑>(2016)이란 영화는 그해 최고의 ..

감상글(시) 2025.03.09

<산문>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6,107km

우동윤,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6,107km』, 학이사, 2024. - 저자 우동윤은 방송국 기자이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그는 오토바이 타는 것도 즐긴다. 이 세 가지 일 혹은 취미가 책으로 결실했다. 방송국 기자답게 의미 있는 기삿거리를 찾듯 나선 게 일본에 의한 조선인 강제 동원의 흔적이다. 사진작가답게 강제 동원의 현장과 주변 상황을 기록사진으로 남겼고, 바이크족답게 현장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저자는 관부 연락선을 타는 것으로 한 달여의 일본 일주를 시작했다.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을 잇는 항로는 1905년부터란다. 두 항구에서 일본 내륙 철도와 한국 내륙 철도까지 연결되면서 강제 동원이 수월하게 이루어졌고 그 연락선을 통해 일본 전역의 탄광, 댐, ..

감상글(책) 2025.03.03

<산문> 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

이인숙, 『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 중문출판사, 2018. - 시서화 세 분야에서 최고 경지까지 보여준 서병오(1862∼1935)에 대한 글이다. 책 내용 중 서병오에 대해 궁금증이 있었던 부분 위주로 메모를 새로 해본다. 서병오의 글 스승은 허훈과 곽종석이다. 허훈의 막내동생은 의병장 허위이고 서병오는 관헌에 쫓기는 허위를 숨겨준 인연이 있다. 곽종석은 파리장서 사건을 주도했던 독립운동가다. 또 그림과 글씨로 서병오에게 영향을 준 이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다. 이하응으로부터 석재(石齋)란 호도 받는다. 이하응의 스승인 김정희의 영향도 받는다. 서병오는 김정희가 강조했던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의 인문학적 소양을 체득해간다. 김정희 글씨가 많이 남아있는 영천 은해사와 울산 통도사에 서병..

감상글(책)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