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24

눈물로 지켜야 하는 것 / 류흔

눈물로 지켜야 하는 것 / 류흔 정조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궁녀로부터 정조를 지킨호위무사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이 점은 나의 신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여러 애인과상통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밤에그러니까 억수로 취한 밤에어쩌지 못하고 당하던 그 밤에호위무사 한 명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꺼이꺼이 동틀 때까지 나는 울었다달리아 비누 냄새와 뒤집어진내복에 관해 추궁받기 전에다락같은 가마 속으로 숨어들어광화문에서 화성(華城)까지 정조와 함께 수백 년을 흔들리고 싶었다나오라!성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아내여성문은 절대 열지 않으리먼 훗날 성이 허물어져단란했던 돌이 틀어지고바람에 흩어져 모래가 될지언정나는 마음의 순결을 피력하리지켜야 하는 생활과지켜야 하는 밤과지켜야 하는 역사를 생각하면 아으눈물이 앞을 ..

감상글(시) 2024.05.06

<에세이>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박상미 역),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 한길사, 2007.- 호퍼(1886〜1967)의 그림은 미국 도심과 그 안의 인물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본때 나는 도심 풍경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황량하고 적막한 정서를 풍기는 쪽이 많다. 호퍼는 당대 혹은 이후의 화가들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작가 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많이 준 화가로도 손꼽힌다.이 책을 쓴 시인인 마크 스트랜드(1934〜2014)와 번역가인 박상미도 호퍼의 팬이다. 스트랜드의 『변방의 빛』은 호퍼의 여러 그림에 대한 자기 인상을 밝혀 적은 글이다. 호퍼의 전기를 기대했다면 다른 책을 구하는 게 나을 테고, 그림을 이렇게 봐도 되는구나 하는 쪽에 관심이 있다면 유용한 독서가 될 것이다.비치는 이층집>(1960)은 정장 차림의..

감상글(책) 2024.04.28

<에세이>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

권오현 등,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 한티재, 2015. -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은 5인의 인문학자가 각 10권씩 권하는 고전 50선에 대한 소개 글이다. 경산신문>에 연재되어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것을 책으로 엮게 된 것이다. 문학, 역사, 동양철학, 서양철학, 예술을 망라하는 50권 전체를 읽을 수만 있다면 인문 교양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생각도 한층 깊어지고 새로워질 것 같은데 한 권 읽는 데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때 50권의 엑기스 혹은 안내서 역할을 십분 하고 있는 이 한 권을 우선 읽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로 생각한다.   문학 쪽의 권오현 쌤은 『임꺽정』(홍명희),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등을 ..

감상글(책) 202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