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윤, 『풍경의 에피소드』, 시와에세이, 2023. - 명륜동, 용산동, 상도동, 신림동 지하실 셋방, 난곡동, 부천, 영등포. 그리고 대구. 이창윤 시인이 살았던 곳이다. 용산동과 후암동은 해방촌이 있는 남산도서관 일대인데 이 시절 어머니를 여읜다. 용산동의 어린아이는 훗날 시인이 되어 이때의 슬픔을 “기억의 안간힘은 펄럭임도 없이/ 정지화면으로 멈춰 있네요”(「기억의 처음」)로 표현해 두었다. 상도동은 아버지가 빚쟁이를 피해 간 곳이다. 그 무렵 굶주린 남매들에게 아버지는 집의 괘종시계를 저당 잡히고 그 돈으로 국수를 사준다. 이 때의 심정은 시 「그날의 국수」로 남았다. 시인에게 괘종시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난곡동으로 이사하면서 시계는 시간을 틀리게 알려주고 아버지도 부쩍 늙어간다. 괘종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