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뽑히다 쑥 뽑히다/ 이동훈 꽃밭에 쑥 같은 볼품사납고 불량스럽게만 기억되는 그래서 후회되는 이름이 있다. 쑥에게 손을 댔다. 뿌리의 흙알갱이까지 모질게 털어 덤불에 던지고 가을볕에 바짝 말랐을 줄만 알았다. 그랬던 것이 두어 뿌리 용케 살아남아 꽃을 피웠는데 아뿔싸! 내가 버린 건 색..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2010.09.15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삼층석탑/ 이동훈 남산 용장(茸長)골 가는 길에 일행끼리 지명에 쓰인 용(茸)자의 쓰임에 대해 궁리했다. 자전의 해석은 귀(耳)에 잔털(艹) 처럼 수목이 무성한 모습이라는 것인데 그땐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사슴뿔처럼 뻗친 계곡의 모양새에서 용(茸)자가 생겨났을 거라..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2010.09.05
정든 골목 정든 골목 / 이동훈 골목 끝집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 아부지, 문패로 걸려 있다. 허줄한 궁상답지 않게 수챗구멍에도 맑은 물이 돌기를 바라는 아부지, 골목은 언제든 말쑥하다. 한때 갑갑증 치밀어 뛰쳐나갔다가 이젠 주말마다 찾게 되는 그 골목. 대문 안쪽에 먼산바라기 된 아부지, 인..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2010.09.02
감자 먹는 사람들 감자 먹는 사람들/이동훈 허드렛일 수년에 전세 얻은 게 고작인데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되었다며 감자 한 알로 끼니를 때우는 새터민 영이 씨. 데그럭거리는 낡은 선풍기에서 개마고원의 높바람이라도 느꼈는지 제법 콧노래를 놓기도 한다. 벽에 걸린, 감자 먹는 사람들, 고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대..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201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