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의 묵죽 / 김윤현 속을 비워 그럴까 어지러이 부는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 여백은 또 그걸 알고 흔적도 없이 세상으로 내보낸다 그려서 반, 그리지 않아서 반 오오, 반반의 극치여! 나는 아직도 대나무를 그리는 데만 급급하니 그 언제 반반한 묵죽도 한 점 제대로 그릴 수 있으려나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한티재, 2022. 감상- 근자에 ‘칼보다 푸른 기개’란 표제로 천석 박근술 회고전이 있었지만 아쉽게 놓쳤다. 먹만 가지곤 푸른색을 내지 못하겠지만 대나무의 속성과 그걸 담아냈을 묵죽도의 모습을 잘 반영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김윤현 시인이 보았을 “어지러이 부는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도 그런 기개를 표상하고 있다. 대나무가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꽉 차서 그런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