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위하여 / 이수 꽃 진 라일락 가지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 공원 내 음악방송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며 머언 거리에서 서성거릴 피멍 든 내 삶의 경골의 구둣소리를 듣는다 세상 속 어떠한 절망도 사람을 끝장 낼 수는 없다고 중얼대며 가는 길 위에서 따가운 오월의 햇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잠시 바라보면, 등성이로 구름을 몰아가는 바람의 귀엣말 같은 돌돌거림 바윗길 옆, 오두마니 앉아 있는 내 표정에서 얼른 슬픔을 읽어 내지 못한 사람들은 셔츠 앞자락을 펄럭이며 저만치 앞서 가 버리고 백련암 오르는 길 옆, 바위틈마다 촘촘히 박힌 날개이끼들을 밟을 새라 조심하며 나는 또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길고도 먼 길, 나는 이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와 숨가쁨이야말로 이미 능선을 타고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