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야기 / 김석규 마흔 해 훌쩍 넘도록 살고 있는 동네 안면 터서 수인사하고 호형호제하던 사람들 이제는 눈 닦고 찾아보아도 없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마저 끊어진 지 오래 엎어지면 코 닿는 자리의 가게도 문을 닫았다. 늘 헐빈하게 비어 다니는 버스 타고 내리던 사람들 지키는 연쇄점 이젠 방수나 집수리 한다는 간판으로 바꿔달고 귀밑머리 새파란 새댁이 열었던 분식집 한 평이 채 될까 말까한 비좁은 곳 라면 국수 김밥도 말아 팔고 비 구죽죽이 오는 날은 노인네들 모여 정구지전 부쳐 막걸리로 주전부리도 했는데 문 닫고 어디로 갔는지 소식조차 감감하고 속절없이 물기 다 날아가버린 장작개비로 마흔 해 넘겨가면서 살고 있는 동네 -『눈』, 태산, 2023. 감상 – 시집 뒤편에 기록된 김석규 시인의 시집 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