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 이병각 할망이는 두더지를 산 채로 붙들었다. 모가지를 노끈으로 홀쳐 가지고 이십 리나 먼 땡볕 길을 더듬어 서울에 들어왔다. 삶아 짠 산나물 몇 죄기를* 길거리에 편 다음 산나물을 사든지 두더지를 사든지 또는 두 가지를 다 사든지 마음대로 해보라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오정(午正) 부는 소리도 벌써 한 나절 지나고 나니 사람들은 점심을 치른 기운으로 걸음을 빨리 걷기만 하고 두더지와 산나물은 돌아다보려는 기척도 없었다. 두더지는 할망이보다 훨씬 빨리 지쳐서 기운 하나 없이 착 늘어졌는데 햇볕을 본 덕으로 눈이 까져버려서 비위가 틀리지는 안 했으려나, 할망이는 요기할 생각이 나지 않은가 궁금하였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 할망이 산나물 두더지 셋이서 모두 집 생각이 간절하였다. * 죄기를 : 산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