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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학교를 떠난 아이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양식, 『학교를 떠난 아이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이사, 2023. -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3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부분의 교사가 기피하는 학생부장과 생활지도 일을 20년 이상 맡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핵심 관계자로 재직해온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오늘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 아닌, 안타까운 현주소다. 저자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정과 지지를 거듭 말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그만한 배경을 축적해온 결과다. 가정의 부모, 주위의 어른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처리 과정을 접하면서 학교폭력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추궁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감상글(책) 2023.05.13

복수 / 여영현

복수 / 여영현 어릴 적 옆집에 용구가 살았다 풀빵 장사 하는 제 엄마를 돕는다고 학교도 자주 빠졌다 붕어빵에 든 달콤한 팥처럼 노릇노릇한 해가 기울면 용구는 제 엄마의 리어카를 끌며 다가왔다 그 친구는 소아마비를 앓았는데, 노을은 다정해서 좀 슬프다고 했다 가난의 색상이 있다는 걸 나도 알았지만 침묵했다 그런 용구가 병원에 실려 갔다 붕어빵을 뒤집는 갈고리를 만들다가 한쪽 눈을 잃었다 친구야, 철 심이 탁 하고 튀더니 앞이 환하더라, 우리가 빨아먹던 샐비어처럼 세상이 빨갰어. 용구는 제 엄마가 죽고 나서도 혼자 붕어빵 장사를 했다 밑천 없는 노동으로 더 가난해졌다 한데 이상한 건 붕어빵을 뒤집을 때마다 갈고리로 꼭 눈을 찍더라, 이젠 용구도 없다 교통사고였는데 죽어서도 한쪽 눈을 감지 않았다고 들었다...

감상글(시) 2023.05.11

우산들 / 박지우

우산들 / 박지우 비는 모든 존재의 키를 키운다지 어쩌면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기 위해 내리는지도 몰라 꽃을 탐하는 비의 건널목으로 산란하는 우산 하나, 둘 그리고 우산 셋 물비린내 날리는 여자가 위태롭게 걸어간다 화려하게 치장한 나비처럼 알록달록 동그랗고 투명한 얼굴들 목줄 풀린 개가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울퉁불퉁 휘청거리는 비, 당신을 잃어버리겠어요 나, 비, 나비를 꿈꾸는 노랗고 빨간 지느러미 비의 몸뚱이들 후드득 후드득 앞다투어 뛰어내리는 오독의 문자들 백색소음에 출근길이 저만치 달아난다 - 『우산들』, 한국문연, 2022. 감상 – 박지우 시인의 고향은 옥천이고 현재 부천에 거주한다.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정지용은 부천 소사동에서 이삼 년 거주한 기록이 있어 시인은 더욱 친밀감을 느꼈겠..

감상글(시)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