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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숲에서 한나절

남영화, 『숲에서 한나절』, 남해의봄날, 2020. - 숲 해설사이기도 한 작가는 자연을 친구로 두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연은 발견의 기쁨을 주며 주변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고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준다. 자연이란 친구를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고도 했다. 작가는 꽃다지의 로제트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다. 로제트는 뿌리잎이 땅에 바짝 붙어 방사형으로 자라는 식물이다. 방사형은 중심이 되는 한 점에서 거미줄이나 바큇살처럼 뻗어 나간 모양을 일컫는데 냉이, 달맞이꽃, 민들레, 지칭개, 꽃마리, 개망초 등이 로제트 형이다. 로제트 형 식물은 꽃대를 밀어올리고 성장하면서 “아래쪽 잎과 줄기에 햇빛이 잘 들게 하기 위한 생태적 선택”을 통해서 원래의 모습을 바꾸어 간단다. ..

감상글(책) 2023.06.16

연백촌가 / 조지훈

연백촌가(延白村家) / 조지훈 수숫대 늘어선 밭뚝길로 몰아 놓은 트럭은 배추밭 머리를 돌아 울타리 뒷길을 돌아 어느 촌가집 마당에 멈춘다. 젊은 중위가 뛰어내려 어머니를 부르니 뜻아닌 목소리에 가족이 몰려나와 서로 껴안고 울음 반 웃음 반 어쩔 줄을 모른다. 알고 보니 이 중위는 사년 전에 달아난 이 고장 젊은이 때 묻은 융의(戎衣)를 입고 와도 금의환향이 이 아니냐. 한잠 든 닭을 잡아 모가지를 비틀고 둘러앉아 한 그릇씩 국수 잔치가 푸지다. 내 뜻 아니한 이 촌가에 와 그 즐거움을 함께하노니 반가운 손이 되어 아랫목에 앉아 웃는 인연이여 흐린 하늘에서 달빛이 다시 나온다 평양 가는 트럭에 뛰어오르니 밤은 삼경! 사랑하는 자식을 하룻밤이나마 못 재워 보내서 안타까운 그 어머니를 생각한다. 아 우리나라 ..

감상글(시) 2023.06.07

<에세이> 흘러간 내 영혼의 먼길

조지훈, 『흘러간 내 영혼의 먼길』, 문음사, 1977. - 조지훈(1920-1968) 시인 사후에 출간된 산문 모음집이다. 책의 제목 『흘러간 내 영혼의 먼길』은 시인의 시 「낙엽」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전략) 하나 둘 구르는/ 낙엽을 따라// 흘러간 내 영혼의/ 머언 길이여// 바람에 낡아가는/ 고목 등걸에/ 오늘도 하루해가/ 저무는구나”로 마무리되는 시편이다. 인용 수필 중 ‘돌의 미학’은 돌이 가진 추상의 미를 조지훈 시인 자신의 인생과 결부지어 쓴 글이다. 일본 쿄토 묘심사 정원의 돌,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 산방에서 일 년 남짓 머물면서 바라본 돌, 경주 토함산 석굴암에서 마주했던 피가 도는 돌, 피난지 대구에서 바라본 집채보다 큰 바윗돌 얘기를 한다. 이후 성북동에 서른세 해를 머물며..

감상글(책)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