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전보도 안 치고 / 김기림 아득한 황혼의 찬 안개를 마시며 긴-말 없는 산허리를 기어오는 차 소리 우루루루 오늘도 철교는 운다. 무엇을 우누. 글쎄 봄은 언제 온다는 전보도 없이 저 차를 타고 도적과 같이 왔구려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골짝에서 코 고는 시냇물들을 불러일으키면서……. 해는 지금 붉은 얼굴을 벙글거리며 사라지는 엷은 눈 위에 이별의 키스를 뿌리노라고 바쁘게 돌아다니오. 포플러들은 파-란 연기를 뿜으면서 빨래와 같은 하-얀 오후의 방천에 늘어서서 실업쟁이처럼 담배를 피우오. 봄아 너는 언제 강가에서라도 만나서 나에게 이렇다는 약속을 한 일도 없건만 어쩐지 무엇을-굉장히 훌륭한 무엇을 가져다 줄 것만 같아서 나는 오늘도 괭이를 멘 채 돌아서서 아득한 황혼의 찬 안개를 마시며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