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빵가게 / 여국현 ‘1984년부터 주인이 직접 만든 빵가게’가 문을 닫았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물에 젖은 깻잎 모양 흐느적거리며 귀가할 때 은행 옆 은행나무 맞은편 옛체로 쓰인 하얀 간판 아래 밝은 조명이 환한 진열장 뒤에서 가게를 지키던 중년의 부부가 빵가게 옆을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금전출납기 통을 열었다 닫거나 가게 벽면에 달린 태양 장식 시계를 보거나 진열장 속 팔리지 않은 가지런한 빵들을 바라보고 있던. 부산어묵 아주머니는 ‘오래 버텼지’ 했다 슈퍼마켓의 사내도 ‘오래 버텼지’ 했다 대형 체인 바케트가 대로변을 점령한 뒤로 몇 개의 작은 빵집이 들어섰다 사라지고 하던 곳 어느 일요일 늦은 오후 주인 남자가 빵 봉지를 내밀며 멋쩍게 말했다 “오늘 두 번째 손님이세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