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옥, 『봄의 신부』, 학이사, 2020. - ‘봄의 신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화재사고로 숨진 192명의 희생자에 대한 진혼곡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음악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청년의 때 이른 죽음과 주변 연인과 친구의 이야기가 엮이면서 서사를 형성한다. 서사는 보다 단순하지만 ‘환(還)’과 ‘내가 없는 그곳은’이 주는 여운도 오래 남을 듯하다. ‘환’은 시각장애인이, 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뜬 경륜 선수의 고향 집을 방문하는 얘기다. 일련의 일들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주인공은 “정말, 꿈을 꾼 것인지” 묻는다. 세상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꿈같은 현실인지, 그도 저도 아닌 무엇인지……. 내일을 모르는 사람에겐 답도 궁할 뿐이다. 마지막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