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斑驢) / 노천명 도무지 길들일 수 없는 내 나귀일레 오늘도 등을 쓸어주며 노여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너와 함께 가야 한다지…… 밤이면 우는 네 울음을 듣는다. 내 마음을 받을 수 없는 네 슬픈 성격을 나도 운다. - 『산호림』(1938) / 『사슴의 노래 - 노천명 전 시집』, 스타북스, 2020 감상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노천명의 「사슴」은 한때 시인의 자화상을 얘기하는 걸로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근래, 시인 백석과의 교류가 알려지고 1936년 “한 개의 포탄”(김기림의 말)처럼 등장한 백석의 시집 제목이 『사슴』인 게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거라는 짐작이 있었다. 여기에 당대 모윤숙, 최정희, 노천명으로부터 백석이 사슴으로 불리던 편지 등이 공개되면서 사슴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