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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강명순 역), 『향수』, 열린책들, 1991. -주인공 그르누이는 파리의 이노셍 묘지 근처에서 태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특유의 냄새를 갖고 있지만 그르누이는 몸에 냄새가 없는 아이이고 이 점이 주위 사람들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너도밤나무 장작더미 위에서 나무 향을 자신의 피부 속으로 스미게 해서 스스로 나무가 된 듯한 체험을 하며 그르누이는 냄새를 통해 단어를 알아간다. 냄새로 인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사람과 사물을 놀라울 정도로 구별해내지만 냄새가 없는 추상적인 단어 사용엔 어려움을 겪으며 의사소통을 최소한으로 하는 소년으로 성장해간다. 보모의 손에서 가죽을 다루는 무두장이에게 넘겨졌던 그르누이는 파리의 마레 거리에서 너무나 소유하고픈 사람의 향을 맡게 된다. 그 사람..

감상글(책) 2023.12.29

<에세이> 맹자, 세상을 말하다

송철호, 『맹자, 세상을 말하다』, 학이사, 2023. - 맹자를 읽은 송철호 쌤의 글을 읽는다. 맹자가 강조했던 인의예지(仁義禮智) 중 인과 의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이다. 공자도 맹자도 저자도 사람살이의 기본은 인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설문』의 인(仁)에 대한 풀이를 인용하여 두 사람이 나란히 있으며 서로 친하다는 의미로 인(仁)을 받아들인다. 두 이(二)를 위아래의 부모 자식 관계로 새겨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친함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이 어진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하늘과 땅의 관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수직적 관계로 보는 건 친함과 거리가 멀다. 저자는 그 친하다는 것을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서로 ‘같다’ 또는 ‘같게 하다’는 뜻으로 새긴다. “남과 나를 같게 대하는 것, ..

감상글(책) 2023.12.23

<에세이>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

노정희,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 학이사, 2023. 노정희 수필가의 요리 관련 에세이다. 요리법뿐만 아니라 해당 요리에 대한 이전의 기록을 살피며 역사적이고 민속학적인 자료도 알뜰히 소개한다. 작가는 약선설계사이기도 하다. 요리의 영양이나 효능을 살피며 어떻게 하면 요리를 통해 더 좋은 기운을 더 얻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지식이 많다. “더덕 요리에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은 찬 성질에 뜨거운 성질을 넣어 조화를 맞춰주는 것이다. 잔뿌리가 많은 것은 말렸다가 물을 끓였다. 대추를 넣어서 끓이며 차로써 손색이 없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생강을 넣어 끓이면 그만이다”라고 했다. 더덕의 효능을 취하면서도 개개인의 몸상태에 따라 고추장, 대추, 생강 등의 더운 성질의 음식으로 보완을 꾀하는 방..

감상글(책) 202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