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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강가의 아틀리에

장욱진, 『강가의 아틀리에』, 열화당, 2017(초판 1975, 중판 1986) - 장욱진 화가(1917〜1990)의 회고전이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2024.2.12.)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초창기 작품부터 250여점이 전시되어 볼거리가 많다는 입소문이 돈다. 전시회 날짜를 확인하며 『강가의 아틀리에』를 읽는 시간을 갖는다. 언제적 교과서에서였을까. 그의 (1951)을 한참 본 기억이 있다. 노란 보리밭을 지나 고향집(충남 연기)으로 돌아오는 사내는 검은 정장에 검은 가방과 검은 우산을 든 모습이다. 장욱진이 알고 있지는 못했겠지만 몽마르트에 온 에릭 사티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긴 했다. 장욱진은 피란 시절의 혼란 속에서 불안과 초조가 자기를 감쌀 때 이곳 고향에서 “시험지와 말라버린 물감 몇 개”로 미..

감상글(책) 2023.11.22

파라솔 / 김재진

파라솔 / 김재진 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라고 노래했지만 바람이 불면 나는 마당에 펴놓은 파라솔을 접어야 한다. 태풍이 온다는데 접지 않고 내버려둔 파라솔을 길 가던 누군가 문 따고 들어와 접어놨다. 문 열어놓고 다니는 나를 알고 있는 누구인지 지나가던 우체부나 검침원인지 내 집을 제 맘대로 들고나는 사람들께 경외심을 느낀다. 생명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무단침입에 대한 경외이니 이건 그들과 나 사이에 금 긋지 않은 경계 없는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다. 봐라.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지 않느냐.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파라솔까지 접어주니. 접히는 것들은 다 아름답다. 너와 나 사이에 금 그어놓은 뭔가를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한 수 접어준다는 말이다. 한 수 접고 모르는 척 네 ..

감상글(시) 2023.11.12

<에세이> 백기만과 씨뿌린 사람들

한국문화분권연구소 김용락,박상봉 편저, 『백기만과 씨뿌린 사람들』, 마음시회, 2021. - 백기만 시인은 『상화와 고월』(1951)에 이어 『씨뿌린 사람들』(1959)을 통해서 이상화와 이장희뿐만 아니라 대구 경북의 예술인들의 삶과 예술을 채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지만 본인의 책을 따로 엮지 못한 데다 한 세대가 바뀌어가는 동안 별다른 조명도 받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기획된 책이 『백기만과 씨뿌린 사람들』이다. 1부는 백기만에 대해서 살피고, 2부는 『씨뿌린 사람들』에 언급된 예술인들을 다시 호명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씨뿌린 사람들』(1959)은 작고 예술가들을 가까이 알고 지냈던 인물이 글을 쓴 것이라면, 이번 책은 이후에 축적된 자료로 원전을 ..

감상글(책) 20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