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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용경식),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2003. -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으로 1975년 공쿠르 상을 받는다.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받은 로맹 가리와 동일 인물인 것은 로맹 가리 사후 유서에서 밝혀졌다. 에밀 아자르만 인정하고 로맹가리를 부정했던 일부 평론가들이 무색해졌을 법하다. 1978년 발표된 노래 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박철홍이 곡을 만들었는데 병상에서 읽은 『자기 앞의 생』이 노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대학교의 김만수가 가사와 곡을 받아서 일부 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개사 과정에 “모모는 말라비틀어진 눈물자국이다”라는 구절이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는 구절로 바뀌었다. 이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의 영향이 씐 듯한 인상을 받는다..

감상글(책) 2023.09.03

<에세이> 풍경의 비밀

송재학, 『풍경의 비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 한 번 읽었던 책은 거의 안 읽게 되지만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송재학 시인의 산문집 『풍경의 비밀』을 다시 읽었다. 그때도 책을 읽고 감상글을 짧게 남겼다. 영천이 고향인 시인의 소싯적 이야기, 주변 시인과 시 이야기, 여행을 통해서 간직하게 된 단상과 내면 풍경을 접하면서 작가와 소통하는 잔잔한 기쁨이 있었다고 시작되는 감상글이다. ‘풍경은 비밀을 만들지 않지만 시간과 바람과 사람이 무수하게 쌓이고 지나면서 비밀 아닌 풍경도 없게 된다’고 나름 마무리 멘트까지 그럴듯하게 적어 놓았다. 시인이 언급한 고향 영천 이야기도 혼자 읽기 아까워 다시 옮겨 본다.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온 시인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영천을 찾게 되더라는 말끝에 이렇게..

감상글(책) 2023.08.16

<소설> 핀셋과 물고기

문서정, 『핀셋과 물고기』, 도서출판 강, 2023. - 여덟 편의 단편이 모인 소설집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상당수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또는 자신이 한 일에 비해서 훨씬 과중하거나 아주 부당하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그러한 처지에 몰린 인물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게 하고 같이 아파하면서 종국에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여덟 편 중 도 글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이 오래간다. 생선장수로 오남매를 키운 어머니. 늦게 얻어서 인생이 꼬이기만 하던 막내 외에는 어머니를 자주 찾지 못한다.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임종한다. 장례를 치른 뒤 세 자매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이상 증세를 똑같이 느낀 걸 알게 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간지럽고 시린 통증을 동반하면서 ..

감상글(책)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