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이거나 마녀이거나 / 전선용 보이지 않는 곳까지 봤다는 말은 기망(欺妄)이다 양귀비가 가진 힘이 중독성이라면 아편은 지옥문이 열리는 무덤, 손톱 밑에 혀를 밀어 넣고 독을 빠는 동안 별은 창틀에 끼어 급사했다 황홀하게 익숙한 밤 마법에 걸린 연애 습성은 마약과 같다 점 하나를 숨기고 유유히 바다로 간 미녀 해무가 그녀라는 소리가 있고 수평선이 그 여자라는 전설이 있다 파랑을 견뎌낸 섬 환락의 껌을 씹는 마법은 착란이었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계(界) 문장의 비문처럼 난해한 점의 출처가 사내에겐 못이 됐다 저기 점 박힌 여자, 여기 못 박힌 남자, 꽃 지고 난 자리 시체 투성이다 -『그리움은 선인장이라서』, 생명과문학사, 2023. 감상 - 「미녀이거나 마녀이거나」는 남해 여행 중에 구상한 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