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 / 박광영 시골집에 가면 제일 먼저 이름을 부른다 소리치면 큼지막한 꼬리 흔드는 소리 성큼 대문 틈새로 주둥이를 내밀고 낑낑거린다 나는 여태 어느 누구에게도 저렇게 거한 환영식을 열어 본 적이 없다 지나가는 인연에게 미세한 칼날 조각 하나 찔릴까 두려워했다 개는 제 밥을 나눌 줄도 안다 까치에게 밥을 빼앗기듯 하지만 결국 함께 살자며 공양하는 것이다 늘어선 까치 떼 한 마리가 공양을 마치면 다른 한 마리 차례로 들어선다 늙은 개는 쪼그리고 앉아 멀찌감치 구경만 하고 있다 까치를 키우는 것인지 개 한 마리 키우는 것인지 그동안 밑지지 않으려 살았다 모래폭풍이 쓰나미처럼 내리꽂는 내 입속은 늘 꺼끌거렸다 오늘 모기에 여럿 물린 종아리 물파스를 바른다 무정형의 붉은 반점은 죽기 살기로 붙어 뜯어먹은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