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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 박광영

개밥 / 박광영 시골집에 가면 제일 먼저 이름을 부른다 소리치면 큼지막한 꼬리 흔드는 소리 성큼 대문 틈새로 주둥이를 내밀고 낑낑거린다 나는 여태 어느 누구에게도 저렇게 거한 환영식을 열어 본 적이 없다 지나가는 인연에게 미세한 칼날 조각 하나 찔릴까 두려워했다 개는 제 밥을 나눌 줄도 안다 까치에게 밥을 빼앗기듯 하지만 결국 함께 살자며 공양하는 것이다 늘어선 까치 떼 한 마리가 공양을 마치면 다른 한 마리 차례로 들어선다 늙은 개는 쪼그리고 앉아 멀찌감치 구경만 하고 있다 까치를 키우는 것인지 개 한 마리 키우는 것인지 그동안 밑지지 않으려 살았다 모래폭풍이 쓰나미처럼 내리꽂는 내 입속은 늘 꺼끌거렸다 오늘 모기에 여럿 물린 종아리 물파스를 바른다 무정형의 붉은 반점은 죽기 살기로 붙어 뜯어먹은 흔적..

감상글(시) 2023.07.20

<에세이> 방울 슈퍼 이야기

황종권, 『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2023. - 『방울 슈퍼 이야기』는 황종권 시인의 재미나는 에세이집이다. 방울 슈퍼는 시인의 어머니가 여수에서 운영하던 가게 이름이고, 가게에 딸린 방 한 칸에서 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시인은 집안 문제로 할머니 댁에서 맡겨져 자라기도 했는데 이번 에세이집에서 방울 슈퍼를 중심으로 시인의 유년 시절 기억이 다수 소환된다. 방울 슈퍼의 주인아주머니인 어머니는 슈퍼 금고를 도둑맞고 눈물을 보이면서도 남을 의심하는 일을 꺼렸다. 아들에게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 되라는 주문도 수시로 한다. 여행지에서 남이 버리고 간 오물을 줍는 것으로 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적잖은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헌사이기도 한데 특히, 아들의 중학교 선생이자 ..

감상글(책) 2023.07.17

카우보이의 노래

, 코엔 형제(에단 코엔 /조엘 코엔) 감독, 2018.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린 책 한 권의 표지 장식 그림은 반쯤 살고 반쯤 죽은 듯한 고목이다. 책 제목은 『The Ballad of Buster Scruggs』다. 이 책을 읽어 주는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전개한다. 영화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고 『The Ballad of Buster Scruggs』의 목차 하나하나가 영화 소제목이 되는 식이다. 목차를 옮겨 적는다. 1.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버스터 스크럭스(카우보이 이름)의 노래 2. Near Algodones 알고도네스 인근 3. Meal Ticket 밥줄 4. All Gold Canyon 금빛 협곡 5. The Gal Who Got R..

감상글(영화) 20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