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빗물, 습작을 위한 아포칼립스 / 정훈 태초부터 있으라, 있으라 명령했던 말씀도 저 눈물이 스미는 쓰라림을 창조하진 않았겠다. 저, 저 시큰한 눈물 가락이 모든 통곡의 시초였겠다 벽 속의 창에서 흐느적거리는 저, 스스로 태우지 못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말씀 또한 모든 창조의 씨앗이었겠다 락스를 파는 소아마비 장애자가 포장마차에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막무가내로 팔아달라고 조른다 다음에 사지요, 다음에 사지요, 말하는 포차 주인에게 달려들 듯 몸을 자꾸 흘러만 내린다 저, 저어언에도, 다, 다아, 다엄에, 산다꼬 해짜나요오.. 땅에 완전히 눌러앉아 붙어 말라버린 자국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새들반점』, 함향, 2022. 감상 -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파멸, 종말, 대재앙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